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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 비유와 상징/ 탄탄한 구성으로, 감독의 은퇴발표도 무르게 했던 원작 소설까지!

앞서 영화 빅피쉬를 뮤지컬 빅피쉬로 매체를 뛰어넘어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같은 이름의 웨일즈 소설을 원작으로 시공간적 표현을 해낸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다뤄보고자 한다.

 

영화도 제 7의 예술로서 영화가 프레임 안에 낼 수 있는 예술적인 기법과 영화만의 서사 표현으로 사랑받는 매체다. 평면에서 상영되는 이 매체는 귀와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하는 신기한 매력이 있기에 요즘 더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진심 한국 영화 포스터는 너무 구리다. 이 포스터가 영화에 대해 잘 설명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자유로움’, ‘마음가짐’, ‘나이 대에 대한 좋은 질문거리를 던져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보통 우리가 아는 성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성이라고 한다면, 캐슬, 스카이캐슬, 고층빌딩, 전망, 대리석 등의 키워드가 생각이 난다. 정리를 하자면 고급스러움’, ‘요지부동’, ‘정리정돈과 같은 명사로 요약될 수 있겠다.

그런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오히려 우리가 평상시 생각해온 성이라는 단어의 선입견을 부수는, ‘더러운 고철덩어리들’, ‘쉼 없이 움직이는 기제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Q.이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하울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랑/자유로움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A.나에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피아노, 그리고 그림. 건반들이랑 콩나물들이랑 씨름을 하다보면 그 어떤 잡음이나 잡념은 들리지 않는다. 카페에서 이어폰을 꽂고 한 순간 몰입으로 그려낸 그림이 완성될 때, 의도된 외로움으로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고 그리하여 나는 자유를 얻게 된다. 외로움을 통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게 이상하지만 말이 통하지?

 

한편, 영화에서 설정한 (소설도 그렇지만) 10대와 90대의 소피에 대한 상징은 나에게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아서 아쉽다. 이를 나의 성장에 공을 돌려보자면 세대나 성별, 인종으로 선입견을 갖지 말자는 나의 철학이 현재 영화 리뷰에 반영이 된 것이다.

 

일단 극 중 소피는 황야의 마녀 저주로 인해 청년에서 노인으로 그 모습이 변하게 된다. 그렇게 모자 가게를 떠나게 되면서 소피가 행하는 능동성에 따라 얼굴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면의 열의 나타나면서 겉모습과 내면을 일치시켜(?)나간다는 이야기. 으아 처음 봤을 때는 캐치를 잘 못했는데, 커서 다시 보니 정말 달라지긴 하네! 왜 이걸 어릴 때 못 본게냐.

 

하지만... 나는 ‘10‘90’, 즉 나이대의 원형을 어떻게 잡았느냐/또는 잡았는지의 여부가 이 상징에서 공감을 얻느냐의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결론은, 내가 어렸을 때 이걸 봤더라면 공감이 갔을 테지만, 그땐 그때고 지금은 아니라는 것.

 

Q.음, 10대는 능동적이어야 하고 자신의 입장표현을 확실히 하고 뚜렷한 의지와 목표가 있어야 할까? 90대는 그렇지 못할까? 내 주변을 둘러보면 이젠 그런 원형 안에 갖혀있기엔 아쉬운 분들이 많다. 순응을 '관용'으로, 늙음을 '경력'으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조용하고 우직한 힘으로 버티고 또 버티는 관용의 10대가 있을 수 있으며, 차곡차곡의 경력을 통해 끊임없이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생각하며 실천하는 90대도 있다.

 

처음 봤을 당시에도 그 연유때문이었나,

막 와 닿고 또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까지는 아니었다. 주제를 이해할 생각을 안 하고 멍하니 본건가ㅋㅋ 혹시 이 영화가 언젠가 불쑥 떠올랐다면, 그 어릴 적 처음 하울과 소피의 그림체에 반한 기억이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했을 뿐이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원작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에서는 가업을 물려받아 모자를 만드는 일을 수용하려는 소피를 그린다. 그렇게 다락방에서 모자 만드는 일에 몰입하다가 황야 마녀의 저주에 걸려 90대 노인이 되고 만다. 그렇게 원치 않게 모자가게에서 나오게 된 소피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되고 쉽지 않은데... 여차저차 움직이는 고물집합소에 들어가 대청소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안전제일주의, 보수적이었던 그녀의 성격은 이젠 겁날게 없는 불꽃이 되고, 그녀는 점차 능동적으로 살게 된다. 실로 놀라운 발전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능동성을 보일수록 겉모습은 또 점점 젊어지기 시작한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소피 또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능력의 마법을 가진 하나의 마법사였음이 큰 차이라고 한다. 시간이 나면 빌려 읽어봐야지.

 

어릴 때는 영화의 겉만 핥았다면 그것을 뜯어볼수록 더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나중에 이걸 다시 본다면 또 이걸 비판할 수 있을 정도의 눈을 갖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