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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리뷰

[영화 BIG SHORT(빅쇼트) 리뷰] 지금 우리 경제는 안전할까? 경제금융교육이 필요한 절실한 이유, 영화가 경제용어를 설명하는 방식(MBS,CDO,CDS,서브프라임모기지)

2008년 미국의 거대한 경제대공황,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온 그 날로부터 30년전, 금융계에서는 Mortgage Backed Security(MBS)라는, 여러 가구의 모기지(담보대출)를 묶어 거지같은 모둠 채권을 만들어냅니다. 그 모둠 채권은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는 가능성인지, 로비인지, 정말 받기 어려운 신용평가 AAA등급을 받고 투자사들에게 소개되죠. 그리고 높은 수익률에만 목은 매고 그 리스크를 제대로 따지지 못한 눈 먼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그 위태로운 탑은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탄탄한 베이스는 전무한 상태로요.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MBS를 담보로 또다른 채권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CDO), 이 썩은 MBS들을 이리저리 뒤섞어 비벼버린 모둠 채권은 높은 등급을 받아내고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 채권도 또 열심히 팔립니다. 그러자 여기저기 CDO에서도 또 베팅을 하는 상품들이 생겨납니다. 2차, 3차, ... 

 

마치 카드 도박을 하는 사람을 보고 저 A사람이 이길거다 라고 베팅을 한 B사람, 그 베팅한 B사람에게 돈을 거는 C사람, 방금 그 C사람에게 내기를 거는 D사람이 생겨나는 것 처럼, 이렇게 그 내기의 판은 복잡하고 커져만 갑니다. 영화는 보는 내내 정말 위태롭습니다.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 MARK TWAIN 마크 트웨인

사람들은 말 그대로 눈 먼 돈에 빠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대공황의 직전까지도요.

 

그 썩은 흐름을 파악한 소수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CDS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죠, Credit Default Swap, 썩은 이 채권과 채권을 둘러싼 파생 상품들이 결국 다 망한다, 즉 미국경제가 망한다에 내기를 건 보험을 들어놓은 것입니다. 결국 미국 경제는 우리가 신문에서 봤던 것처럼 시원하게 말아먹고, 결국 모두가 비웃었던 베팅을 한 소수의 그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아무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 상황이 도래하고 만 것이죠.

 

하지만 사실 가까이서 잘 봤다면 이미 정답은 정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브프라임 Subprime 즉, 프라임(여기서는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신용이 있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빚을 내어준 경제적 결함이 베이스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거품이 일지 않았겠죠. 당시에는 아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빚을 내어줬고, 영화상으로 심지어는 강아지의 이름으로도 빚을 빌렸다고 합니다... 그럼 말 다했네요... 그런 빚을 당연히 갚을 수 있다는 데에 내기를 걸고 또 내기를 걸고 해서 거품이 생겨버렸으니, 푹 꺼져버리는 것도 이상하지않습니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영화의 극적인 전개를 넘나들면서, 사람들이 경제에 무관심하고 리스크에 대해 정확하게 보지 못할 때 벌어지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경제위기의 장면들, 갈등의 순간들에서 흔들리는 카메라의 워킹과 시각도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적재적소의 관점이었구요.

 

사실 이 영화를 알기 전까지 2008년 전세계에까지 타격을 입힌 이 경제 대공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에 영화를 보고 이해를 할 수 있나 싶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참신한 방법으로 경제 용어들을 풀어 설명해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들로는, 극중 라이언 고슬링, 마고로비, 셀레나 고메즈 등의 배우들이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 점이 있습니다. 제4의 벽을 깬, 방백이라고 해야겠죠?

 

배우들이 카메라 렌즈 구멍을 향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과 화면을 통해 서로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는데요. 배우들이 갑자기 나에게 친절하게 비유를 들어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무겁던 영화에 잠깐의 위트를 얹어주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배우들이 열심히 극중에서 연기하면서 "CDO는 이거이거고 MBS는 이거이거고 나는 그래서 CDS를 할거야..."라고 하지 않아서 차라리 더 솔직하고 좋았달까요. 

 

다만 이 영화가 가지는 관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점은 남아있습니다. 오늘이 마침 2020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하는데요, 그와 관련된 성별과 극중 역할에 대한 고찰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에서 경제적인 리스크를 당하는 측은 거의 대부분 여성으로 그려놓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당시 금융업 종사자는 대부분 남성이었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남자 주연으로만 가득한 것은 개연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정적인 장면들의 연출에 여성을 상품으로서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점, 경제금융업에 직접 관할해서 일을 하는 여성들의 극 중 역할조차 당하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은 한 번 더 숙고해봐야겠습니다.